생물 이름 연구/생물 이름 이야기

제주도에서 발견된 키 작은 콩나무 - 만년콩

식물인간 2020. 5. 11. 21:11

제주도에서 발견된 키 작은 콩나무

만년콩

 

글_이주희

 

 

만년콩(萬年, Euchresta japonica)은 콩과의 상록성 소교목으로 중국과 일본 혼슈 중부이남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식물이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 계곡 상록 활엽수림에서 나무 할아버지로 유명한 김이만(金二萬, 1901~1985) 씨가 발견함으로써 국내 자생이 확인되었다. 발견 당시만 해도 한라산 남부 일대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관상용으로 무분별하게 채취되어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급으로 지정되었다. 중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보호하고 있다.

 

상록성 콩과 식물인 만년콩 ⓒ김종기 https://tv.naver.com/yu0707

만년콩은 높이가 30~60cm로 작은 편인데다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봄에 흰 꽃을 피우고, 가을에 지름 1cm 정도의 콩 모양 검은 열매를 맺는다. 잎은 길이 5~7cm, 3~5cm의 긴 타원형이다. 두께가 두껍고 표면은 진한 녹색이며, 잎 뒷면은 흰 빛을 띠며 털이 있다. 긴 잎자루 끝에 3장의 소엽이 손바닥 모양으로 펼쳐진 복엽을 이루며 호생한다.

 

만년콩(萬年)이라는 국명은 원로 식물학자 이창복(李昌福, 1919~2003) 교수가 붙였다고 하며, 그 이름에는 두 가지 속뜻이 있다. 먼저 최초 발견자인 김이만 씨의 이름에서 ()’자를 따와 그 분의 장수를 기원하고 우리나라 식물연구에 바친 열정과 노고를 기린다는 뜻이 있다. 다른 의미로는 만년콩이 상록성이라는 점을 들어 오래도록 푸른 콩과 식물이라는 뜻을 담았다.

 

몇 해 전 제주도 환경산림과 수목시험소에서 만년콩 대량 증식법을 알아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앞으로 서식지를 복원하고 증식해 나갈 계획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만년콩이라는 이름에 천년만년 오래도록 우리 곁에 살아라는 속뜻을 하나 더 새겨주고 싶다.

 

봄에 흰 꽃이 피고, 가을에 검은 콩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출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만년콩에 관한 많은 문헌에서 만년콩의 국내 최초 발견연도를 1970년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이만 씨가 한라산에서 19667월에 채집한 만년콩 표본이 홍릉수목원에 보관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1966년 이전에 발견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내 최초의 만년콩 표본으로 추정되는 이 표본 라벨에는 만년콩대신 산두근나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표본이 만년콩이라는 국명이 붙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본식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년콩은 일본어로 미야마토베라(ミヤマトベラ)’인데 산두근(山豆根)’은 이것의 별명이다. 원래 산두근은 한약재 이름으로 중국에서는 월남괴(越南槐, Sophora tonkinensis) 등의 콩과 식물 뿌리를 말린 것을 뜻한다. 산두근은 특정 식물 종을 지칭하는 고유 명칭이 아니기에 이제 만년콩이라는 우리 이름으로 불러야겠다.

 

홍릉수목원에 보관 중인 만년콩 표본. 김이만 선생이 1966년 7월 한라산에서 채집했다.

 

 

* 자연과생태 200년 5.6월호 (Vol. 9)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