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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출 성공! 산유리누에나방

2021년 2월 28일 천마산 산책 중에 화전민이 일구던 밭터(혹은 논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자라는 3~4미터 키의 신나무에 산유리누에나방 애벌레 고치가 많이 달려 있는 게 보였다. 대략 10여 개가 넘는다. 손이 닿는 높이에 달린 고치방을 하나 땄다. 우화해서 성충이 빠져나간 고치였다. 지금껏 기생벌에 먹힌 고치만 봤었는데, 우화에 성공한 고치방을 정말 오랜만에 관찰한다. 그 나무에 달린 다른 고치방도 대체로 우화에 성공한 듯 보였다. 맨손으로 찢기 힘든 그 질긴 고치방을 산유리누에나방은 잘도 찢고 빠져나갔다. 천마산 산책 중에 길가에 눈에 띄는 나무였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게 신나무였다는 걸 산유리누에나방 덕분에 알게 되었다(열매를 보고 신나무라는 걸 확인). 종종 산을 오갈 때마다 그 나..

동백나무 - 춘희(椿姬)와 동백 아가씨

동백나무 춘희(椿姬)와 동백 아가씨 글_이주희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해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분이었다. 음악 시험 때마다 클래식 청음이 빠지지 않았다. 시험 기간이면, 음악 선생님이 학교 근처 음반가게에 특별히 부탁해서 주문제작한 테이프를 사서 카세트 플레이어에 넣고 지겹게 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고역이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클래식 음악에 귀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클래식에 조금씩 호감을 느낄 무렵에, 선생님이 오페라 초대권을 나눠줬다. 성악을 전공했던 분이시라 아마도 학교 후배들의 공연 같았는데, 오페라는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오페라 제목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그러나 그 공연은..

아리랑의 파랑새 (2018) 편집자 후기

편집자 후기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 원홍구‧원병오 부자 이야기 이 책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생물에 관한 연구를 일본인들이 주도하는 가운데서 독자적으로 조류를 연구하고 우리말로 된 조류 명칭을 정리하는 등 우리나라 1세대 조류 연구자로 평가되는 원홍구 선생과 그 아들인 경희대학교 명예교수인 원병오 선생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두 분은 한국전쟁 때 헤어져 생사조차 모르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류학자가 된 원병오 선생이 1963년 서울에서 날려 보낸 작은 새 한 마리가 이듬해에 원홍구 선생이 살던 평양에서 발견되면서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됩니다.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세계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던 당시에 주요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습니다. 원홍구 선생은 1..

주인장 작업실 20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