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밥상
이우만 지음 | 보리, 2019
태생부터 멸종위기종이었던 생태 그림책 작가를 제대로 대접하고 먹여 살리는 몇 안 되는 출판사 ‘보리’에서 반가운 책이 나왔다. 이우만 작가야 국내에서 새를 제대로 그리는 드문 작가라 우리 바닥, 요즘 말로는 우리 진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상세히 소개할 필요는 없을 테고...
동네 뒷산에서 만난 새(자연)들을 오랜 시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이 결과물을 오늘 받아보니 그동안 그가 작업을 핑계로 얼마나 동네를 쏘다녔을지... 작업실로 돌아와 공부하고 고민하고, 그리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를 얼마나 했을지 상상이 된다.
출판 시장에서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생태 분야에서도 새는 찬밥이다. 쌍안경, 스코프, 삼각대와 대구경 망원 렌즈, 고가의 카메라 등 거창한 광학 장비를 갖춰야만 진입할 수 있는 분야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새를 보러 다니는 인구가 미국은 4천만 명이 넘는다는데, 우리나라는 내가 아는 몇 사람을 한 두 사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 그만큼 국내는 양질의 새(鳥) 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이런 일 저런 일 해가며 이렇게 돈도 안 되는 작업을 해준 것만으로도 작가에게 감사하다. 계획은 많은데 당장 코앞의 일로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책을 계속 미루고 있는 나도 이 책을 받아보니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장본에 판형도 크고, 출판사에서 제작비를 많이 들인 것 같은데. 책값이 2만 5천원이면 좀 많이 팔려야 작가의 얼굴도 서고, 출판사도 다음 책을 부담 없이 준비하지 않을까. 친일매국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을 보면서, 자극적인 매체에 익숙해진 대중들을 상대로 출판 시장에서 정직한 책을 낸다는 게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일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읽어주는 몇 사람의 독자를 위해 그도 나 같은 사람도 이 바닥에서, 아니 우리 진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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