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이름 연구/생물 이름 이야기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봄꽃, 진달래

식물인간 2014. 4. 6. 19:43

 

2017년 4월 8일 경기도 남양주시 사릉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봄꽃, 진달래

 

글_이주희 

 

숲속에 봄이 찾아왔다. 물오른 나무들이 연초록 어린잎을 앞 다투어 틔우며 숲의 빈자리를 메워가는 사이, 여전히 휑한 곳이 많은 숲속의 주인공은 역시 화려한 봄꽃들이다. 더운 땅기운을 한껏 받은 풀꽃들이 양지바른 곳에 먼저 자리를 틀고 나면, 크고 작은 나무들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진달래는 노란 개나리와 더불어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진달래는 진달래과 진달래속의 작은키나무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개나리가 비교적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면 진달래는 조금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진달래는 척박하고 산성인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진달래가 많이 핀 곳은 다른 식물들이 잘 살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헐벗은 산이 많던 예전에 진달래를 유독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진달래를 어젤리어(azalea)라고 한다.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메마름을 뜻하는 아잘레오스(azaleos)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진달래를 비롯해 철쭉과 만병초 포함하는 진달래속 식물은 우리나라에 10여종이 넘게 자생하며, 꽃 색깔이나 특징적인 변이에 따라 나뉜 변종까지 합치면 20여종이 넘는다. 최근에는 수없이 많은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인공으로 조성된 정원이나 화단을 대부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진달래속 식물들은 잎이 항상 푸른 만병초류과 겨울에 낙엽이 지는 진달래류로 크게 나누기도 한다.

 

우리민족의 정서를 담아온 진달래

겨울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뒤 피우는 진달래꽃은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간직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진달래는 봄과 생명력 그리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상징했다. 진달래와 관련한 우리 민속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화전놀이가 있다. 봄을 알리는 절기인 삼월삼짇날(음력3월3일)에 부녀자들이 모여 찹쌀반죽에 진달래꽃을 올려 부친 전 즉 화전을 먹으며 춤과 노래를 즐겼다. 화전을 먹으면 한해동한 부스럼이 없다고 믿었다. 진달래꽃을 넣어 술을 빚어 먹기도 했다. 두보와 이태백이 진달래로 술을 담아 먹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술로, 충남 당진군에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진달래술(두견주)이 유명하다.

 

문학 속에서도 진달래는 단골소재다. 민족시인 김소월의 대표시 ‘진달래꽃’을 모르는 이가 없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는 싯귀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아픈 이별의 정한을 절제 있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고전문학 속에 등장하는 진달래는 진달래라는 이름의 유래를 밝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다음은 조선 초에 지어진 음악서인<악학궤범(樂學軌範>에 전하는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한 대목이다.

 

三月나며 開한 아으 滿春욋고지여 /  브롤 즈 디녀 나샷다 / 아으 動動다리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달래꽃이여 /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나셨구나 / 아아 동동다리)

 

두 번째 구절에 ‘욋고지여’는 지금 말로 ‘달래꽃이여’다. 여기서 꽃의 옛말이 ‘곶’이고, 진달래를 ‘욋’ 즉 ‘달래’라고 쓰고 있다. 옛날에는 진달래를 그냥 달래라고도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참꽃 진달래, 개꽃 철쭉

진달래의 ‘진-’이라는 접사는 어떻게 붙게 되었을까? 그 까닭은 진달래를 달리 부르는 이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진달래를 ‘참꽃’, 진달래와 비슷한 철쭉을 ‘개꽃’이라고 불렀다. 우리 조상들은 생김새가 예쁘거나 크고 특히 실생활에 쓰임새가 있는 식물 이름에 ‘참-’이라는 접사를 즐겨 붙였다. 철쭉꽃은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 그래서 아무 쓸모없다하여 개꽃이라 불렀고, 반면에 먹을 수 있었던 진달래는 참꽃이라 부른 것이다.

 

진달래의 ‘진-’은 한자어 참 진(眞)자에서 따왔다. 즉 진달래는 한자와 우리말의 합성인 셈이다. 다른 중세 국어 문헌을 살펴보면 ‘진위’, ‘진’ 등이 보인다. 진달래라는 말이 일찌감치 우리말로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옛 조상들이 외래어에 대한 주체적인 의식이 있었다면 진달래라고 하지 않고 그냥 ‘참달래’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언어의 변천을 주도하는 언중은 언어학자도 또 우리말 살리기 운동가도 아니다. 언어사회에는 합리성과 법칙보다는 비합리성과 무법칙이 끼어들 자리가 늘 많다.

 

두견화와 철쭉

진달래를 한자어로 두견화(杜鵑花)라고 한다. 옛날 중국 촉나라에 두우(杜宇) 임금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그 넋이 새로 변해 두견이가 되는데, 어찌나 억울했던지 두견이는 피를 토할 때까지 울었고 그 피가 묻은 자리에 붉은 진달래꽃이 피었다는 전설이 있다. 두견화라는 이름은 바로 이 전설에서 유래했으며 아침에 두견이의 첫 울음소리를 듣는 이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게 된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진달래와 헷갈려하는 철쭉, 그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철쭉은 한자어로 척촉(躑躅)이라고 한다. 우리말 철쭉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척촉의 옛 한자어 발음은 ‘텩툑’이며, 텩튝>텰듁/쳘듁 등으로 변하다가 오늘날 철쭉이 되었다. ‘척(躑)’과 ‘촉(躅)’은 본디 ‘머뭇거리다’는 뜻을 가진 한자다. 양(羊)이 철쭉꽃을 먹으면 독 때문에 죽기 때문에 철쭉꽃만 봐도 머뭇거린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실제 철쭉의 독은 그리 강하지 않으며 양이 죽을 정도는 더욱 아니다.

 

진달래. 잎이 나기 전에 진한 분홍색 꽃이 먼저 핀다.

철쭉. 진달래보다 늦게 잎과 함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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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생태> 2009년 4월호 (Vol.21) '내 이름은 왜?' 기사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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