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작은 일꾼 지렁이 글_이주희 어린 시절 비오는 날이면 학교 가는 길에 아스팔트 바닥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를 자주 보곤 했다. 땅속에 사는 지렁이가 비가 오면 왜 땅 밖으로 나오는 걸까? 당시에는 지렁이가 햇빛을 싫어하고 습기가 많은 흙에 살기에 비가 오면 수분이 많아지니 반가워서 땅 밖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비가 오면 흙 사이에 공기가 들어찬 빈 공간이 빗물로 메워져 숨을 쉴 수 없어 땅위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 중에 하나인 지렁이는 환형동물문(環形動物門, Annelida) 빈모강(貧毛綱, Oligochaeta)에 속하는 동물들을 일컫는 말이다. 빈모라는 말은 털어 적다는 뜻으로 같은 환형동물 중에 다모강(多毛綱, Polycha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