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이름 연구/생물 이름 이야기

봄을 알리는 전령, 개나리

식물인간 2014. 4. 6. 20:39

 

봄을 알리는 전령, 개나리

글_이주희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봄꽃 개나리는 우리나라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공해나 병에 강하고 별다른 영양분 없이도 아무렇게나 잘 자라서 원예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으로 우리나라가 특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포시티아 코레아나(Forsithia koreana, Nakai)라는 개나리의 학명에도 우리나라 고유종임이 잘 드러난다. 참고로 개나리의 속명인 포시티아는 영국의 원예학자 윌리엄 포시스(William A. Forsyth)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영어로 개나리를 골든 밸(golden bell)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개나리꽃의 색깔과 모양이 작은 황금 종을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개나리는 합성어?

우리 고유어인 ‘개나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개의 단어가 나온다. 하나는 들이나 산에 저절로 아무렇게나 피는 나리꽃을 뜻하는 단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바로 그 개나리를 일컫는 단어다. 두 개나리 모두 ‘개’와 ‘나리’의 합성어다. 하지만 ‘개’라는 접두사의 뜻이 약간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개나리를 한 덩어리 말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나리는 작고 볼품없는 것을 뜻하는 접사 ‘개’와는 백합과에 속하는 꽃들을 일컫는 우리 고유어인 ‘나리’가 합쳐진 말이다. 요컨대 개나리는 ‘품질이 떨어지는 나리꽃’이라는 뜻이 된다. 개나리는 백합과도 아닌데 이렇게 그 뜻을 새겨놓고 나니 개나리꽃이 정말로 나리(백합)꽃 모양을 닮은 것 같다.

 

개나리의 친척들

개나리는 쌍둥이처럼 닮은 친척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최소 7종 이상의 개나리속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 산개나리(F. saxatilis), 만리화(F. ovata), 장수만리화(F. densiflora) 등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서식지가 일부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희귀하다. 또 개나리속은 아니지만 개나리와 매우 가까운 미선나무속의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도 역시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그 자생지 여러 곳(진천, 괴산, 부안, 영동 일대)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미선나무는 그 씨앗이 부채(尾扇)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웬만큼 세세하게 관찰하지 않고 외양만 얼핏 봐서는 이들 식물들을 구별하기 참 힘들다. 또 이들 식물 모두 다양한 변종들이 많고 종간에 교잡이 쉬운 편이라 종을 분류하고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연구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참고

임소영 『한국어 식물이름의 연구』, 한국문화사(1997)

이상태 외,「개나리와 산개나리의 분류학적 연구」한국식물분류학회지 vol.12 (1982)

안상기 외, 「미선나무와 그 근연군의 화분분류학적 연구」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논문집 vol.45 no.2 (1995)